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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만 확인 시킨 일용노동자 코로나19 전수검사, 기본권 보장이 가장 훌륭한 방역이다

전북노동정책연구원2021.07.07 17:58조회 수 6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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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만 확인 시킨 일용노동자 코로나19 전수검사,

기본권 보장이 가장 훌륭한 방역이다

 

5월 17일, 전라북도가 일용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전라북도는 내세운 이유는 일용노동자는 그 특성상 작업장 이동으로 인해 다수와 접촉할 수 있고, 감염 시 접촉자 추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행정명령의 시행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줄였는지, 혹은 일용노동자에게 전수검사를 시행해야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방역당국이 시행하는 거리두기 체계에서는 감염병 확산의 유형과 위험도를 평가하여 단계를 나누고 각 단계마다 방역조치 강도와 목표를 달리한다. 방역 조치는 그 목표를 분명히 하여 시작과 종료를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조치는 방역자원을 낭비하고 기본권을 침해하여 오히려 방역 효과를 감쇄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라북도의 행정명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투성이다. 우선 일용노동자를 대상으로 삼은 근거부터가 불분명하다. 내·외국인 일용노동자 사이에서의 감염 확산이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면 이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보건역학에서는 객관적인 자료 수집을 방해하는 다양한 바이어스(비뚤림, 편견)를 경계한다. 자료 수집에 있어서도 이럴진대 하물며 수집된 자료를 해석하는 단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전라북도가 발표하는 일일상황 브리핑 자료는 대다수의 집단감염이 교회, 교육시설, 음식점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라북도는 내·외국인 일용노동자를 주목하는 데에서부터 편견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행정명령은 그 목표, 즉 행정명령의 시작과 종료시점도 불명확했다. 전라북도는 행정명령의 종료시점을 어떠한 상태가 아닌 ‘6월 30일’로 제시한다. 6월 30일이 되면 전라북도가 행정명령을 시행한 근거 상황이 해소된다는 가정은 어떻게 도출된 것인가? 5월 17일 이후 전라북도 내 감염재생산지수는 줄곧 1.0 미만이었다. 그래도 ‘6월 30일’까지 행정명령을 유지해야하는 필연성을 무엇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전라북도는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일용노동자의 코로나19 선제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이것이 오히려 다행인 상황이었는지도 모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 전라북도 내 일용노동자는 4만3천 명으로 집계된다. 일용직의 특성상 통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많음을 감안하면 실제 일용노동자 수는 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만약 행정명령대로 모든 일용노동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선별검사소에 들렀다면 그 수 십 배에 달하는 수 만 명의 일시검사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라북도가 행정명령대로 실행하고자 했다면 방역 인력과 자원의 상당 부분을 선별검사로 이동시키고, 검사 결과가 지연되는데 따르는 노동자들의 임금손실 대책까지 예비했어야 마땅하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채비조차 갖추지 않았던 것은 전라북도 스스로 이 행정명령이 지켜지리라 기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검사대상을 무작정 늘리는 행위 자체가 방역을 교란시키는 비과학적 조치라는 사실도 짚어야겠다. 보건복지부는 거리두기 2단계 전까지는 코로나19 검사 대상자를 코로나19 임상증상이 있거나,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검사대상자 기준을 제한하는 데에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단위의 전수검사가 아닌 지역단위 소규모 검사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극히 낮은 양성률에 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무작위 검사를 진행한 바 있지만 양성률은 0.02%에 그쳤다. 아무리 민감도와 타당도가 높은 검사 도구여도 거짓양성, 거짓음성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당장 전라북도에서도 5월 말 익산 지역에서 발생한 집단 발병이 검사 오류였던 것으로 확인되어 곤욕을 치뤘다. 올해 초 무작위 검사의 효과가 논란이 되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시 지적을 인정하며 검사 역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과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왜 일용노동자였는지를 질문해본다. 전라북도는 일용노동자들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차원에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시행한다고 설명한다. 설사 전라북도의 주장대로 ‘혜택’을 제공하려는 의도였다고 쳐도 일방적 온정주의, 시혜주의 역시 차별의 한 형태이다. 게다가 코로나19 검사는 그 개인에게 최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24시간 가까이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이다.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이런데도 ‘혜택’이라고 우기는 태도에서 전라북도의 턱없이 낮은 인권감수성이 드러난다.

일용노동자에게 선제검사를 의무화시키는 것은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조치일 뿐이다. 건설 노동자는 1시간에 불과한 점심시간에 수 백명이 몰려 식사를 하는 현장에서 방역 지침이 지켜질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전라북도가 집단감염 사례로 언급한 완주 제약회사, 자동차 부품업체는 모두 제조업 사업장으로 불법파견이 의심되는 곳이다. 이와 같은 노동자들에게 기본권이 보장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시급한 방역대책이다.

민주노총전북본부, 전북민중행동의 꾸준한 문제제기 끝에 전라북도는 6월 10일자로 행정명령을 해제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행정명령을 내렸던 서울특별시와 경기도도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에 이를 철회했던 전례가 있다. 전라북도는 전국에서 세 번째 사례가 되었다. 그런데 서울, 경기에서 행정명령이 빠르게 철회된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주노동자를 향한 인권의식이 바탕이 되었다기보다는 주류 사회에 속한 서울 거주 백인·서유럽 이주노동자까지 검사 대상이 되면서 외교적 압력이 발생한 것이 주요 계기가 되었다. 전라북도의 행정명령도 서울·경기 행정명령과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당시만큼의 여론이 형성되지는 않았고, 철회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감염병이 지속되면 발언력이 약한 사회적 집단을 향한 차별적 조치는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당장 강원도, 경남 창녕군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차별적 행정명령을 유지하는 지자체가 있다.

재난은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재난이다. 아무리 튼튼한 쇠사슬이라 해도 결국 ‘약한 고리’에서 끊어진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사회의 약한 고리가 방역의 약한 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불평등한 사회는 팬더믹 앞에서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다.

‘아프면 쉬기’ - 일하는 사람 누구나 몸에 이상을 느꼈을 때 쉴 수 있었다면 코로나19의 확산은 훨씬 더뎠을 것이다. 해법을 알면서도 이를 외면하고 예방의 책임을 우리 사회 말단으로 전가시키는 것은 문제를 더욱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기본권 보장이 가장 훌륭한 방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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